2004년 6월 8일 오전 집에 혼자 있다가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뛰고 앞이 흐릿하며 현기증과 함께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사람이 이렇게 죽는 것이구나, 심근경색인가, 뇌졸중인가, 숨이 막히는 극한 찰나의 순간에 들었던 생각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119를 불러야 하는데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는 것을 걱정하며 망설였던 것을 보면 죽을병은 아니라는 것을 내 몸이 알아챈 것 같다. 동네 병원에서 과호흡 증후군 진단을 받고 며칠 후 외출 시 또 한 번 같은 증세를 겪고 종합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공황장애 진단의 전화위복
외출 중 밖에서 두 번째 증세가 나타났을 때 바로 뇌를 검사하러 종합병원 신경외과로 갔다. 진료 후 차트에 많이 쓰는 것을 보니 검사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아 두려웠다.
" 이 소견서를 가지고 지금 바로 정신과로 가서 진료를 받으세요. "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큰 병은 아니라는 안도감도 잠시 정신과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신과로 가서 진료를 받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한 때는 연예인 병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지금은 대중적인 질병이 되었지만, 19년 전 그때는 이름도 생소하고 낯선 질병이었다. 의사 선생님께 이 질병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 아파트에 화재 감지기가 있지요? "
" 네 "
" 불이 나지 않았는데 불이 났다고 착각하여 화재 감지기 센서가 오작동하는 것입니다. "
의사 선생님 말씀에 이해는 확실하게 되었지만 기분은 씁쓸했다. 어린 시절부터 불안증이 심하긴 했었다. 받아들이고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항불안제와 항우울제와 위보호제를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해서 그런지 아니면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질병이라 그런지 그 후론 심한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진단을 받기 전에는 증세의 조짐이 보이면 극한 상황으로 치닫았는데 진단을 받은 후에는 조짐이 보이면 ' 괜찮아 괜찮아 '하면 가라앉았다.
잠재적 완치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후 2~3년은 약을 정상적으로 복용했다. 그 후론 마음이 불안할 때만 복용했고 지금은 전혀 먹지 않고 있다. 타고나기를 겁이 많게 타고난 새가슴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내 몸에 평생을 자리 잡고 있는 불안을 잘 달래며 지낼 수밖에... 요즘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한방 안정환을 비상으로 구비해 놓고 있다. 갱년기라 불면증도 있는데 한방 안정환은 불면증과 불안증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 공황장애 환우 중에 운전도 못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나는 운전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 운전을 하며 플레이 리스트 음악을 들으며 볼 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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