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미 아주 익숙한 영화 제목이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개봉해 전 세계를 울린 영화의 제목과 동일하다. 시대적 배경과 내용은 다르지만 가족을 소재로 한 가슴 뭉클한 영화이다.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극강의 공포와 불안이 연속인 유대인 포로수용소, 그 속에서 가족을 위한 위대하고 숭고한 아버지의 사랑을 코미디 형식으로 표현한 영화이다. 아버지 귀도는 처참하고 막막한 현실을 게임을 하는 중이라고 해 아들의 순수한 동심을 불안으로부터 지켜냈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여전히 게임 중임을 의연하게 보여주었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슬픔을 안겨준 영화인데 나는 여운이 별로 좋지 않아 개운치 않았다. 위대한 아버지의 사랑에 분명 처절하고 먹먹한 감동을 받았는데 말이다.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무겁고 숭고한 주제를 코미디 형식으로 표현하다 보니 주인공의 대사와 표정이 코믹하고, 행동이 정신없이 산만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감동과 산만함이 상충하다 보니 남들만큼의 깊은 여운이 남지 않은 영화이다.
국내에서 2022년 9월 28일 같은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다. 여주인공 세연은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인생이 되어 버린다. 살다 보면 불행은 그렇게 예고도 없이 내 뒤퉁수를 향해 날아온다는 것을 나도 이미 몇 년 전 경험했다. 숨조차 쉴 수 없는 불안함을 알기에 너무 무거운 장면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봤는데 기우였다. 울다가 웃다가 마스크가 다 젖어버렸다.
무뚝뚝하고 무정한 남편, 두 아이들은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 그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사랑받기`. 사람마다 사랑의 표현 방법은 각자 다르다. 어떤 방식이든 사랑받는 사람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갓난아이도 강아지도 저 이뻐해 주는 사람은 알아본다. 하지만 그 사랑을 거칠게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느낄 수 없다. 주인공 세연은 생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느꼈을 것이다. 남편 진봉은 왜 좀 더 일찍, 좀 더 많이 그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을까! 그 부분이 아쉬운 부분이다.
남편 진봉은 아내 세연의 지인들을 초대해 세연을 위한 이별 잔치 이벤트를 준비한다. 세연이 그나마 건강한 모습으로 지인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뮤지컬 영화이다 보니 이 부분에서 부른 노래가 이적의 `다행이다`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야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냐마는 남겨진 가족들의 적응 또한 모든 이들의 과제이다.
영화를 본 후 아름다운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삶도 여러 형태가 있듯 죽음도 여러 형태가 있다. 아들을 위해 끝까지 의연했던 아버지 귀도의 죽음. 폐암 판정을 받고 남편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을 확인한 세연의 죽음. 삶과 죽음의 형태는 다르더라도 인생의 매 순간순간을 순리대로, 억지 없이, 진정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그것이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죽음에 대해 외면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면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의 섭리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과정이라 여기며 의연하게 받아들여야겠다.
생과 사는 서로 그리 먼 사이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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