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어제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시청하지는 않았다. 주위에서 하도 재미있다길래 8회쯤 1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종영 후 인터넷에는 결말에 대한 불만이 만만치 않다. 그동안 여느 드라마의 종영하는 스타일을 보면 탄탄하게 잘 나가다가 갑자기 보따리 싸서 쫓기듯 피난 가는 듯하다고나 할까! 대다수의 드라마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결말 또한 이미 전개해 온 내용과 개연성이 없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유행 같은 것인가! 아니면 좀 더 난해하게 마무리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일주일 동안의 꿈속 진도준의 17년
진양철 회장의 경영과 후계 구도에 대한 고민, 어린 진도준의 치밀하고 야무진 복수의 계획이 볼만했다. 진양철 회장과 막내 손자 진도준의 팽팽한 긴장감과 은근한 조부애, 순양을 사기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는 재미로 십여 회를 이끌어 왔는데 꿈이라니 허무하기 그지없다.
진도준의 전생인 윤현우는 순양가에 이용당하고 총 맞아 죽는 것이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니 사경을 헤매는 일주일 동안 꿈속에서라도 그 집 막내손자로 살면서 복수를 하고 싶었나 보다. 우리도 현실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이 꿈속에서 나타나기도 하지 않는가!
내용의 오류
전생 윤현우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는 현생 진도준은 재벌집 가계도에서 사망한 4-2 진도준이 기억에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윤현우는 20년 전 자신도 모르게 진도준을 살해하는데 공범이 되어있었다. 순양의 일자리 제안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침묵했다. 이 일을 계기로 고졸 출신으로 승승장구 팀장까지 올라간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왜 4-2 진도준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진도준을 죽게 하는데 일조했으니 심리학에서의 방어기제 회피인지 아니면 작가의 오류인지 궁금해진다.
검은 옷을 벗고 화사하게 밝은 옷을 입은 서검사는 마지막에 윤현우와 헤어지면서 진도준과 과거의 한 장면을 떠 올리며 당황하며 윤현우를 다시 찾는 듯한 장면이 있었다. 우리가 가끔 현실에서 겪는 데자뷔 같은 것을 표현한 것 같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진도준과 윤현우의 과거와 현실도 혼란스러운데 서검사의 데자뷔까지 겹치니 더욱 난해하게 만든 장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진도준으로 산 기억에 대한 윤현우의 변론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는 진도준이 아닌 현생 윤현우가 순양그룹 형제들의 경영권을 빼앗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윤현우는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 빙의도 시간 여행도 아니었다. 참회였다. "
진도준과 자신에 대한 참회라고 했다. 윤현우는 가난하지만 바른 사람이었다. 가난 때문에 선택한 인생이지만 20년 동안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비밀을 지키며 충성한 순양가의 배신이 없었다면 윤현우의 참회의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다소 실망스럽고 개운치는 않은 결말이었지만 윤현우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그나마 결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재벌집 막내아들'은 16회를 마지막 회로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놀라운 성적을 거둔 드라마로 2022년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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